
나이, 킥(kick)!
나이 듦의 결을 따라, 감각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익숙한 삶에 우아한 변주를 더할 시간, 지금 당신만의 인생 킥을 시작하세요.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중년의 고충
-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하다 보니 많이 지칩니다. 남편은 언제 퇴직할지 알 수 없고, 부부의 노후 준비도 여전히 불안한데, 자녀들은 오로지 부모에게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 “제 시어머니는 저와 같은 나이 때 육아를 마치고 노후를 즐기셨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집을 떠나지 않아 마음이 답답합니다.”
- “성인이 된 자녀들의 식사와 빨래, 청소까지 언제까지 챙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친구들은 부모가 집을 사줘야 독립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성인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인생 후반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철저한 노후 준비가 요구되지만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중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인 자녀 부양에 대한 고민과 하소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양육, 퇴직은 시작일 뿐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를 뜻합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모의 도움을 받는 30~40대가 약 65만 명에 달합니다. 직장이 없거나 있어도 집을 떠나지 않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노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소득 수준은 월 300만 원 이상으로, 상당수가 이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독립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주거비 상승, 고용 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올랐고, 청년 실업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자립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35세 이하 자녀를 돕는 부모가 절반을 넘었고, 중국에서는 부모에게 급여를 받고 집안일을 하는 ‘전업자녀’도 등장했습니다. 일본에선 노부모 연금에 의존하는 중년 자녀가 늘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가 90%는 끝난 느낌이더군요.”
50대 공공기관 직장인 이모 씨는 딸이 취업 소식을 전해오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대학 졸업 이후 한동안 집에 머물던 딸이 금융권에 입사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퇴직이 가까워지는데 딸이 독립하지 못할까 늘 걱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인들이 자녀 독립이 최고의 노후 전략이라고 하길래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맞는 말이었다”며 “나보다 늦게 결혼하거나 취업을 못한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주변 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노후보다 자녀의 뒷바라지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녀 독립 시점이 점점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재수, 휴학, 해외 연수, 취업 준비, 그리고 늦은 결혼이나 비혼까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가 20대 중반을 훌쩍 넘습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부모의 책임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적 부담이 커져도 자녀의 요청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녀의 자립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에게 자녀의 ‘늦은 독립’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장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도 여전히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면, 이제는 자신의 재정상태와 양육 지속 가능성에 대해 냉정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책임지기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계획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자신의 소득과 자산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녀 지원은 월소득의 10% 이내로 제한, 나머지는 노후 대비 자금으로 별도 관리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 원을 자녀에게 지원한다면, 같은 금액을 본인의 연금 계좌에 납입해 균형을 맞추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노년기에는 목돈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 즉 ‘연금’이 삶의 안전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제는 ‘언제까지 도와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자녀에게 재정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고, 지원의 기간과 범위를 명확히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금융 교육이나 실질적인 자립 훈련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금 지원 대신 금융상품을 통한 간접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기보다는 개인연금, 청년형 주택청약,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자녀 명의의 금융상품에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녀는 부모의 지원을 통해 자산을 조금씩 쌓을 수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지원의 목적과 범위가 명확해져 부담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자녀 스스로의 자립 기반을 형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 앞장서는 부모, 이제는 한걸음 물러날 때
전문가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계속해서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기대는 상황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자녀에게 미움받을 각오로라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계속 앞장서면 자녀는 자립할 기회를 놓치고, 결국 의존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독립하는 사회 구조가 아니라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자녀의 삶에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결코 자녀를 위하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자녀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이 오히려 자녀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노후, 자녀 독립에서 시작됩니다.
자녀가 홀로 설 수 있어야 부모도 마음 편히 노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독립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뒷바라지보다, 스스로 서게 돕는 것이 진짜 ‘마지막 사랑’입니다. 이제는 중장년의 시기에는 더는 미루지 말고 자신의 삶을 챙겨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짜 독립’을 준비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