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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희망을 품은 지킴이

- 학교와 동네, 그리고 돌봄 현장을 오가는 권정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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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의 아동안전지킴이 활동 

살이 막 교실 창문을 스치는 아침, 권정란님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개명초등학교에서 학생맞춤 통합활동가로서 아이들의 웃음과 호기심 사이를 오가며, 작은 위기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점심이 지나 오후가 되면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의 아동안전지킴이로 변신해, 동네 골목길을 돌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저녁에는 고척동을 찾아 지적장애인을 돌보는 돌보미가 된다.

 

세 가지 역할. 권정란님의 하루는 이렇게 끊임없이 사람과 안전, 돌봄 사이를 오가며 이어진다.

 

제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안전과 희망을 품은 지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권씨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하루를 아이들의 안전, 돌봄 사이를 오가며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삶. 그것이 바로 그녀가 선택한 하루의 의미다.

 

돕고, 섬기는 삶 또다른 자리에서

권씨는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또한 교회의 전도자이자 사모로서 살아왔다.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책임지면서도, 교회에서는 교우들을 섬기고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 시절의 삶은 늘 사람을 돌보고, 마음을 나누는 데 중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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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그간의 삶이 누군가를 돕고 섬기는 역할을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남은 삶 또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그렇게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나이와 무경력이라는 현실적 어려움 앞에서도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은 그를 움직였고, 그 도전은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함께 연 새로운 도전

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의외의 순간에서 찾아왔다. 자유수영을 하러 갔다가 지하에서 취업상담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고민 끝에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하고 용기를 내어 상담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섰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일자리는 있는지 막막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죠. 그러나 상담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주셔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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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자리에 지원할 때 가장 고민되었던 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는 것, 두 번째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권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사와 함께 하나씩 작성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가치동행일자리와 아동안전지킴이, 해냄복지회의 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 여러 기회를 접하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과 면접 코칭까지 받아가며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었다.

 

한 걸음씩, 권정란님의 3잡 도전기

이렇게 재단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권씨는 올해 세 가지 일자리를 얻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과정이 있었다.

 

3, 해냄복지회의 장애인 재가 돌봄 서비스직 취업

“3,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장애인 돌봄 일자리로 연락을 받았어요. 본사는 강남에 있는 해냄복지회였는데, 고척동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아가씨를 퇴근 후 돌봐주길 요청하셨죠. 면접 후 합격 소식을 듣고 첫 번째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중증 장애 아가씨를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에 조금 걱정되었지만, 만나보니 사랑스러워 내 딸처럼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저녁에는 식사 준비를 돕고, 도시락을 챙겨주며, 아토피가 심한 피부를 관리하고 병원에도 동행했다. 본인은 점차 혼자 병원에 가고 약도 바르며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자 권씨는 필요한 부분만 도와주고 기다려 주었다. 또한 침대와 신발로 인해 피부가 상한 부분을 깨끗이 관리하고 방 청소에도 신경을 쓰며 돌봄을 이어갔다.

 

아가씨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꼈어요.” 작은 배려와 세심한 관찰이 한 사람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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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금천 및 구로 지역복지사업단 특화사업 활동(구로구 개명초등학교)

이어 구로구 개명초등학교에서는 담당 교사가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학생맞춤통합활동가로서 특수학생들의 곁을 지키며 돌봄을 담당했다.

 

늦게 오거나 부적응하는 학생, 특수학생을 돕는 일자리를 알게 되었고, 상담사와 함께 지원서 클리닉과 면접 준비를 진행했어요.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이 자리에서는 학생 개개인에 맞춘 세심한 돌봄과 관찰이 요구되었지만, 그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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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초등학교에서 특수학생 돌봄 현장

 

1학기 동안에는 옆 반 점심시간에 화를 잘 내던 남자아이를 달래고, 모둠활동에서 울며 뛰쳐나가는 아이도 부드럽게 이끌었다. 점심시간 동행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권씨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삐치는 모습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나중에 생각하면 웃음이 자꾸 나요. 아이들의 말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즐겁고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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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 아동안전지킴이 활동

“8월 마지막 주, 구일지구대에서 전화가 왔어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요. 연초에 지원했지만 대기자 10번이라는 높은 순번 때문에 한동안 포기하고 있던 차였어요. 그때까지 학교에서 느린 학습자를 돌보고 있었지만, 오후 시간에 가능하다고 답했고, 그렇게 세 번째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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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 아동안전지킴이 활동

 

그는 학교, 동네, 놀이터, 높은 곳에 있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등을 돌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하루 12천 보 이상을 걸으며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올 때면 스스로도 놀라지만, 열정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세 가지 일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며, 그는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자리와 역할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갔다. 각기 다른 시간대와 성격의 일들이지만, 모두가 그녀가 살아온 삶의 연장선에 있으며, 누군가를 돕고 섬기는 일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돌봄의 기쁨과 긍정의 힘

그에게 ‘3잡 생활은 단순히 일을 병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느 날, 사진 속 푸른발 얼가니새를 보는데 마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오랫동안 신앙 공동체 안에서만 살아오다가 뒤늦게 세상에 발을 디뎠어요. 푸른발 얼가니새를 보는데 꼭 제 모습 같더군요. 반평생을 좁은 시야에만 머물다 세상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모습이 꼭 저 같아서,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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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권씨가 직접 그린 푸른밭 얼가니새그림 / 우)실제 푸른발 얼가니새(나무위키)

 

결혼할 때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있네요. 그래서 하루가 바쁘지만 제겐 큰 보람이 됩니다.”

 

권씨는 가끔 아이들이 교육이나 활동에 참여하기를 꺼릴 때면, 직접 달래고 격려하며 작은 성취도 칭찬하며 용기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아이들과의 신뢰를 쌓고, 돌봄의 의미를 실감하게 해준다. 모른다, 안 한다고 하던 학생이 이제 도와달라고 하고, 해야 한다고 느끼며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담임 선생님이 말씀해 주실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대로 체력적, 정신적 부담도 적지 않다. 발바닥이 아프거나 아이들로 인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구일지구대 학교안전지킴이를 할 때 공원이나 학교 주변, 무인 가게 등을 돌며 힘들 때면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을 스스로 즐거움으로 바꾸는 그녀의 태도는,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 계속되는 도전의 길

앞으로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한다.

"저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도전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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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경력 단절 때문에 일자리에 도전하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를 만나면서 일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다양한 만남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교회나 활동처에서 만난 60대 여성분들도 제 이야기를 듣고 50플러스 남부캠퍼스를 다녀오셨다고 하더군요. 함께 아동안전지킴이를 하시는 분들도 관심을 보이며 꼭 참여해 봐야겠다고 하세요.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두드려 보세요. 기회는 찾는 자에게 반드시 열리니까요.”

 

권씨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나이와 경력 단절이 도전의 장애물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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