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의 지혜와 청년의 기술로 지구 ‘加熱(가열)’을 멈추다
시니어×청년, 함께 일낸다
:2025 서울 시니어 일자리 발굴 경진대회 참여 후기
글·사진 윤종환
2025년 10월 31일,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상쾌한 공기, 울긋불긋 단풍이 짙게 물든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필자는 이곳에서 열린 ‘2025 서울 시니어 일자리 발굴 경진대회’ 워크숍에 직접 참가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서류 접수가 시작되어 서류·면접 심사를 통과한 10개 팀이 이날과 다음 주 금요일, 두 차례 워크숍을 거쳐 최종 선발에 도전한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캠퍼스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했다. 공대 2관 앞에는 “시니어×청년, 함께 일낸다 – 2025 서울 시니어 일자리 발굴 경진대회”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었다. 접수를 마치자마자 ‘SE♡UL M! SOUL’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받아 입고, 본격적인 워크숍이 열리는 아레나 홀로 향했다.

세대 동행으로 열린 워크숍의 문
오전 10시, 대회의 서막을 알리는 개회식이 시작됐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전체 프로그램이 소개되었고, 이어서 10개 팀의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자, 경쟁의 열기는 한층 높아졌다. 각 팀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될 때마다 열정적인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서울시장상’을 향한 경쟁의 열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필자 역시 목표로 삼은 ‘서울 시장상’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하며 자연스레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시니어 참가자와 대학생 서포터즈가 짝을 이루는 매칭 시간이 다가왔다. 서울시립대의 풋풋한 청춘들과 한 팀이 되어 마주 앉는 순간, 가을 햇살처럼 싱그러운 에너지가 퍼졌다. 그 에너지 덕분일까.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어느새 말랑해졌다.

필자가 속한 ‘제로에너지리모델링협동조합’ 팀의 제안은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에 주목했다.
“시니어와 청년이 함께 건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일자리 모델을 만들자”라고 제안하자 대학생 서포터즈는 “우리 팀이 꼭 상을 받을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의 웃음이 잠시 기쁨이었다면, 곧 찾아온 것은 책임감이었다.
‘우리가 정말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가 그 답이었다.
점심시간도 대학생 서포터즈와 함께했다. 든든한 한 끼를 먹으며 각자의 전공과 관심사를 이야기했다. 식사 후에는 캠퍼스를 함께 걸으며 낙엽 밟는 소리에 발을 맞췄다. 잠시나마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되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아이디어를 실행 계획으로 바꾸다
오후 1시 30분, 다시 집중의 시간.
서울50플러스재단 황윤주 전략사업본부장의 정책 브리핑으로 오후 세션이 문을 열었다. 이어 AI와 프롬프트 실무 특강, 제안서 고도화 워크숍이 릴레이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의 열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 팀원들과 토론하고, 기록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필자가 속한 팀의 이름은 ‘시너지(Synergy)’. 시니어(Senior)와 에너지(Energy)를 결합한 이름답게, 우리의 핵심 제안은 명료했다.
“시니어의 현장 지혜와 청년의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공공·민간 건물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자.”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진단 → 환기 시스템 점검 → 실내 공기 질(IAQ) 측정 → 운영 최적화 컨설팅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컨설팅 모델을 설계했다. 청년(대학생)은 데이터 수집·정리·시각화와 보고서 자동화, 온라인 캠페인 운영을 맡고, 시니어는 현장 진단 총괄과 개선안 설계·품질관리, 멘토링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에코2OD 프로그램과 블로어도어(기밀) 측정 장비를 활용해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제안을 만들었다. 서로의 강점을 믿고 의지하며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 자체로 ‘협력’이었다.

우리가 본 ‘사회적 가치’
시너지팀이 기대하는 사회·경제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온실가스 감축: 건물별 평균 10~15% 에너지 절감, IAQ 개선으로 건강한 실내 환경 실현
◎ 일자리 창출: 시니어 전문직 재도약, 경력 단절자의 재진입, 청년 진입형 일자리 동시 확대
◎ 역량 축적: 에너지 진단 SW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그린 스킬 내재화
◎ 사회적 파급: 세대 협력으로 신뢰·공감 강화, 시민 기후 행동 참여 확산
◎ 지속가능성: 교육–현장–인증–취업의 선순환 구축으로 단발성 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모델 제시
무엇보다 이 모델은 한 단체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의 시범 사업 승인 및 예산 배정, 데이터 연계와 에코마일리지 등 보조금 매칭,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시니어 인턴 모집과 교육 인프라, 인건비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아울러 대학과 파트너 기관의 현장 실습·인증 연계 MOU가 뒷받침된다면, 세대가 손잡고 지구 온난화 방지의 실천적 모델을 만드는 길이 활짝 열린다.

현장 소감 한 줄
“데이터로 증명하고, 세대로 실천한다.”
— 시너지팀 일동

마침표를 찍을 무렵, 캠퍼스 저녁노을을 삼키며 슬며시 밤이 왔다. 오늘 하루, 시니어와 청년이 나눈 열정과 상호 존중, 그리고 ‘함께’의 힘을 확인했다. 만약 우리의 제안이 공공건물에서 의미 있는 절감 성과를 만들고, 이어 민간 건물로 확산한다면, 서울은 한 걸음 더 탄소중립 도시에 가까워질 것이다.
세대가 함께 만든 변화의 물결이, 곧 도시 곳곳의 에너지 절감과 일자리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