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후기-상단-테이블-3회.jpg
※ 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50플러스 정책연구 배경과 이야기를 만나보는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청년과 중장년이 각자의 생태계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닌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스크린샷+2025-12-03+오후+4.15.36.png
[중장년 정책 Insight 2025-9. Vol. 31] 데이터로 설계하는 중장년 고용정책: 수요·공급의 정렬 : 정책이슈2

 

 

 

 

 

 

Q.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특히 중장년과 청년이 경쟁한다는 기존 담론에서 어떤 한계나, 중요성을 느끼셨을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뉴스를 보면 늘 "중장년의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이런 부분들의 기저에 중장년의 고용 연장이 청년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보는 '제로섬(Zero-sum)'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이러한 세대 갈등 프레임이 실증적 근거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두 세대가 노동 시장에서 원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 이들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별개의 집단일 수 있습니다.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실질적인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막연한 통념이 아닌 데이터로 두 집단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GettyImages-jv12642772-로우사이즈.jpg



Q. 초고령사회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일자리 생태계’라는 개념을 적용하게 되었나요? 왜 ‘일자리 생태계’라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보셨을까요?


단순히 노동력을 공급하고 수요하는 '시장'이라는 개념만으로는 세대별 특수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생태계'는 각 주체가 보유한 자원과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유기적인 공간을 의미합니다. 숲을 보면 키 큰 나무가 필요한 햇빛과 바닥의 이끼가 필요한 습도가 다르듯이 이번 연구에서도 중장년과 청년은 마치 서로 다른 종(species)처럼, 보유한 무기(자원)도 다르고 선호하는 서식지(직무)도 다르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디지털 전환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청년은 신기술을 무기로, 중장년은 경험을 무기로 각자에게 적합한 서식지(직무)를 찾아갑니다. 이처럼 두 집단이 '구조적으로 분절된 시장'에 속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생태계'라는 관점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획일적인 정책이 아닌 각 생태계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스크린샷+2025-12-03+오후+4.14.38.png

 



Q. 연구 과정에서 ‘중장년과 청년은 애초에 서로 다른 시장에서 일자리를 탐색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요? 연구자가 느끼기에도 “완전히 다른 시장이구나” 확신하게 된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선호 직무'와 '희망 임금' 데이터를 교차 분석했을 때였습니다. 청년층은 AI, 데이터 등 기술·창의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반면, 중장년층은 교육, 복지, 경영지원 등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폭넓게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희망 임금 수준은 비슷했으나 그 임금을 구성하는 우선순위가 달랐다는 것입니다. 청년은 '성장 가능성과 자율성'을, 중장년은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지향하는 목적지와 가치가 이토록 다르다면, 이들은 같은 트랙 위에서 달리는 경쟁자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샷+2025-12-03+오후+5.17.38.png

 

 

 

 

 

 

Q.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중장년과 청년의 핵심자원 차이(디지털 vs 경험과 심리자본)을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어떤 비유나 사례를 사용하실 수 있을까요?


청년 세대가 최신형 소프트웨어와 빠른 처리 속도를 갖춘 '최첨단 디바이스'라면, 중장년 세대는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고성능 서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 청년층은 '디지털 역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중장년층은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 같은 심리적 자본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는 기술의 변화 속도는 청년이 빠를지 몰라도, 조직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버텨내는 내면의 힘은 중장년이 더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자원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쓰임새가 다른 상호 보완적인 자산입니다.



Q. 청년층이 미래에 대한 ‘낙관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역설적 태도가 눈에 띕니다. 중장년층의 ‘일의 의미 부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시사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분석 결과 청년층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고용가능성 인식)은 높았으나, 구직 과정 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매우 컸습니다. 이는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생존해야 하는 '치열한 전장'임을 시사합니다.


반면 중장년층은 일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 수준이 청년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중장년에게 일은 생계를 넘어 '자아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청년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커리어 가이드'가, 중장년에게는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회-2-1.jpg



Q. 연구에서 일자리 총량 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결과로 보여지는데요, 세대 갈등 담론이 왜 계속 반복된다고 보시나요? 사회적 배경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경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사회적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두 세대의 선호 영역이 겹치지 않는 부분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무직이나 공공 일자리 등 가시적인 영역에서의 작은 교집합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파이를 나누는 문제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 현상에 가깝습니다. 이번 연구가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객관적인 근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GettyImages-2216076336-로우사이즈.jpg


 



Q. 이번 연구가 보여준 “두 생태계는일부만 겹치고 대부분 분리된다” 라는 결론은 기존 세대 갈등 담론에 어떤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로의 인식 전환입니다.


중장년의 경험 자본과 청년의 디지털 자본은 서로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 한정된 일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배분'에서, 각 세대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여 전체 일자리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논리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중장년층은 다양한 직업군을 고르게 선호하는 반면, 청년층은 기술창의 분야로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시대적,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청년층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반면 중장년층은 '생애주기적 과업'의 영향이 큽니다.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메우고 길어진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 과제 앞에서, 과거의 경력에만 얽매이지 않고 진입 가능한 다양한 대안(서비스, 사회공헌 등)을 유연하게 탐색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스크린샷+2025-12-03+오후+4.14.24.png

 



Q. 중장년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4대보험, 임금 안정성 등은 현재 중장년 재취업 시장 구조와 잘 맞지 않는 지점은 없나요?


그 부분이 중장년 재취업 시장의 가장 큰 '미스매치(Mismatch)' 지점입니다. 중장년 구직자들은 과거 정규직 경험을 기준으로 고용 안정성을 1순위로 희망하지만, 실제 노동 시장에서 그들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는 단기 계약직이나 시간제 형태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단순히 중장년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재취업 일자리가 유연한 형태이더라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4대보험 등)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스크린샷+2025-12-03+오후+4.14.53.png

 



Q. 제안하신 ‘투 트랙’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며, 정책 설계자가 놓쳐서는 안되는 포인트 한두 가지를 꼽아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투 트랙 전략의 핵심은 '차이의 인정'입니다. 두 집단을 동일한 '구직자'로 묶어 획일적인 지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중장년 정책의 핵심은 '디지털 브릿징(Digital Bridging)'입니다. 풍부한 경험을 디지털 도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반면 청년 정책은 '심리적 안전망과 경력 형성'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 취업 알선을 넘어, 실패를 용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멘토링과 정서적 지원이 병행되어야만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Q. 연구 결론에서 강조하신 세대 간 역량 비대칭이 상호 학습기회라는 제안이 흥미롭습니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 모델이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서로가 서로의 멘토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모델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청년은 중장년에게 최신 트렌드와 디지털 툴 활용법을 알려주고, 중장년은 청년에게 조직 내 소통 방식이나 위기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고 협업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세대 융합형'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가장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다름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상생의 조건이다"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청년과 중장년이 각자의 생태계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닌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Q. 연구하며 떠오르는 또 다른 주제가 있었나요? 해당 주제 선정과 더불어 고민했던 다른 주제도 있나요? 

 

이번 연구는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창업'이나 '프리랜서' 영역에서의 세대별 생태계 비교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성별' 변수를 추가하여,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 여성 간의 일자리 관계를 분석해보는 것도 향후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이번 연구는 연구원님에게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청년기를 지나 중장년을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두 세대의 고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의 불안함에 공감하고, 중장년의 절실함을 이해하면서 연구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팀에게는 이 보고서가 책상 위의 자료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일자리 정책이 '세대 통합'과 '상생'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실용적인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구후기-네임택-김지현.jpg


 

✅ 함께 읽으면 좋을 콘텐츠

· [중장년 정책 Insight 2025-9. Vol. 31] 데이터로 설계하는 중장년 고용정책: 수요·공급의 정렬



⚡️ 다른 연구후기 보러가기